이주 준비

베트남 한 달 살기 비용, 한국 월급 288만 원으로 계산해봤습니다

서울 원룸 월세로 호치민에서 21평 아파트에 삽니다. 주거·생활비·준비 방법, 그리고 솔직한 한계까지 12년 차 교민이 숫자로 따져봤습니다.

카페 테이블에서 노트북으로 일하는 모습

한국에서 받던 월급은 그대로 받으면서, 물가가 저렴한 동남아에서 한두 달만 살아봤으면. 한 번쯤 해보신 생각 아닐까요.

제가 베트남에 처음 온 게 2015년인데, 그때만 해도 ‘디지털 노마드’라는 말이 이렇게 흔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요즘 여기서 만나는 한국분들 중에 달러나 원화 수입을 그대로 유지한 채 한 달, 두 달씩 지내다 가는 분들이 정말 많아졌어요.

오늘은 이 삶이 실제로 어떤지, 숫자로 한번 따져보겠습니다. 좋은 얘기만 하지는 않을 생각입니다.

지오 아비트라지, 말은 거창하지만 결국 이 얘기입니다

지오 아비트라지(geoarbitrage)는 고소득 국가에서 벌고, 저물가 국가에서 소비하는 생활 전략입니다. 국가 간 물가와 환율 차이를 이용해 실질 구매력을 끌어올리는 거죠.

서양에서는 이미 익숙한 개념입니다. 뉴욕에서 일하면서 멕시코에 살거나, 영국 월급으로 발리에서 지내거나 하는 경우요.

그럼 한국 월급을 그대로 받으면서 베트남에서 살면 어떨까요. 2026년 현재 한국 직장인 평균 월급 중위값은 288만 원입니다. 이 돈을 기준으로 잡고 하나씩 비교해보겠습니다.

1. 주거: 같은 돈으로 평수가 두 배 이상 됩니다

가장 차이가 크게 나는 항목입니다.

2026년 기준 서울 원룸 평균 월세는 70만~85만 원 선이고, 강남은 100만 원을 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런데 그 원룸 컨디션을 보면 33㎡, 그러니까 약 10평이거나 그 미만이고 풀옵션이라고 해도 작은 부엌과 화장실 하나 정도입니다.

월급 288만 원을 받아서 강남에 살면 월세로만 30% 이상이 나갑니다. 사실상 현실적이지 않다고 봐야죠.

같은 월세를 베트남에서 쓰면 어떻게 될까요. 제가 직접 찾아가 봤습니다.

호치민 7군에 있는 에코그린 사이공이라는 단지입니다. 외국인이나 베트남 중산층 이상 거주자들이 많이 사는 곳이에요.

여기서 70㎡(약 21평), 침실 두 개에 거실과 부엌을 갖춘 집을 월 1,400만 동에 렌트할 수 있습니다. 한국 원룸의 두 배가 넘는 평수죠. 단지 안에는 수영장, 헬스장, 24시간 보안까지 다 있습니다.

오해하실까 봐 말씀드리면, 이게 특별히 럭셔리한 건 아닙니다. 호치민에서 외국인이나 현지 중산층이 고를 수 있는 여러 선택지 중 하나일 뿐이에요. 그리고 호치민이 물가가 높은 편이라 그렇지, 다낭이나 냐짱으로 눈을 돌리면 비슷한 평수를 1,000만 동 안쪽으로도 구할 수 있습니다.

항목서울호치민 7군
월세70만~85만 원 (강남 100만 원+)1,400만 동
면적33㎡ (약 10평) 이하70㎡ (약 21평)
구성원룸, 작은 부엌, 화장실 1침실 2 + 거실 + 부엌
부대시설대체로 없음수영장, 헬스장, 24시간 보안
월급 288만 원 대비24~35%-

2. 시간을 사는 비용이 다릅니다

주거보다 오히려 이쪽이 삶을 더 바꾼다고 생각합니다.

저물가는 곧 저렴한 인건비로 이어지고, 그건 가사 노동의 부담을 덜어낼 수 있다는 뜻입니다. 한국에서 가사도우미는 시간당 1만 5천~2만 원이라, 하루 2시간씩 주 2~3회면 한 달에 30만 원이 금방 나갑니다. 288만 원에서 10% 이상이니 정기적으로 쓰긴 부담스럽죠.

베트남에서는 주 2~3회 청소·세탁 외주가 한 달 15만 원 수준으로 가능합니다. 한국의 절반이에요.

돈도 돈이지만, 저는 퇴근하고 와서 집안일을 안 해도 되는 삶 자체가 진짜 차이를 만든다고 봅니다. 그 시간에 나를 위한 활동을 할 수 있으니까요.

3. 자기 관리가 ‘큰맘’이 아니라 ‘일상’이 됩니다

마사지가 한 시간에 2~3만 원, 헤드스파나 네일 관리도 1만~3만 원이면 충분합니다. 한국에서 이 가격에 이 정도 서비스를 받는 건 사실상 어렵죠.

취미도 비슷합니다. 골프, 테니스, 요가 같은 활동을 즐기는 분들이 아주 많은데, 더 저렴한 것도 있고 종목이나 강사 실력에 따라 한국과 큰 차이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다만 주거를 비롯한 다른 지출에서 아껴지는 돈이 분명히 있기 때문에, 급여만 한국 수준이라면 취미 한두 개는 부담 없이 가능해집니다.

같은 월급인데, 여기서는 자기 관리와 취미가 사치나 결심이 아니라 일상이 되는 겁니다.

288만 원으로 시뮬레이션해보면

항목금액
월 급여288만 원
주거비-80만 원
가사 위임-15만 원
식비·생필품-60만 원
여가 활동-30만 원
남는 금액약 100만 원

여기에 교통비, 통신비, 공과금 같은 부가 지출이 있으니 실제 저축액은 사람마다 다릅니다. 다만 한국에서 같은 월급으로 이 라이프스타일을 유지하기는 상당히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 차이가 지오 아비트라지의 진짜 매력이 아닐까 합니다.

그래서 어떻게 시작하나요? 경로는 셋입니다

① 해외취업

한국 회사의 베트남 법인이나 현지 회사에 취업하는 방법입니다. 노동허가증과 임시거주증을 합법적으로 확보할 수 있어 가장 안전한 길이에요. 제가 처음 베트남에 정착한 방법도 이겁니다.

엄밀히는 디지털 노마드라기보다 ‘베트남 취업자’에 가깝지만, 급여는 한국 수준으로 받으면서 물가는 베트남 수준으로 사는 구조가 만들어지므로 전략 자체는 유효합니다.

② 디지털 노마드잡

원격 근무가 가능한 직군입니다. 개발자, 디자이너, 컨설턴트, 마케터, 콘텐츠 크리에이터, SNS 인플루언서 같은 일이요. 한국에서 수입원을 확보한 채 베트남에서 사는, 진짜 의미의 지오 아비트라지죠.

단점은 비자입니다. 베트남은 태국 같은 은퇴비자 개념이 없어서 무비자 45일, e-비자 90일이 한계이고, 그 이상 있으려면 타국을 다녀오는 등 비자 문제를 계속 신경 써야 합니다.

“내 직무는 원격 근무랑 거리가 멀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는데, 100세 시대잖아요. 배우고 싶은 게 있다면 지금부터 사이드잡으로 틈틈이 해보시길 권합니다. 저도 원래 해외영업 직무 직장인이었는데 지금은 유튜브도 하고 프리랜서 마케팅도 하고 있거든요. 5년만 지나도 “배워두길 잘했다” 혹은 “그때라도 배워둘 걸” 하는 순간이 옵니다.

③ 은퇴 설계

연금이나 자산 수익으로 거주하는 방식입니다. 실제로 50대 후반~60대 이상 은퇴자분들이 2~3개월씩 체류하시는 경우를 정말 많이 봤어요.

이 경우엔 호치민이나 하노이보다 다낭이나 냐짱 같은 휴양지를 더 권하는 편입니다. 은퇴 후 분위기를 생각하면 도시이고 주거비 비싼 곳이 굳이 정답은 아니거든요. 역시 은퇴비자가 없어 비자런이 필요하다는 점은 동일합니다.

경로비자 안정성적합한 사람
해외취업높음 (노동허가증+임시거주증)정착까지 생각하는 사람
디지털 노마드잡낮음 (45~90일마다 비자 관리)원격 수입원이 이미 있는 사람
은퇴 설계낮음 (비자런 필요)연금·자산 수익이 있는 은퇴자

그런데, 이런 분들은 신중하셔야 합니다

날씨가 덥다거나 벌레가 많다거나 하는 건 사소한 문제고요. 정말 크게 봐야 할 게 두 가지 있습니다.

첫째, 주기적으로 병원에 가야 하는 상황이라면 어렵습니다.

베트남 로컬 병원은 저렴하지만 외국인에게는 언어와 시스템 면에서 진입 장벽이 있습니다. FV나 빈멕 같은 국제병원은 의료 수준이 높지만 비용이 만만치 않고요. 간단한 질병은 여행자 보험으로 커버되지만, 정기적인 병원 방문이 필요한 상황이라면 신중하셔야 합니다. 건강하신 분도 몇 개월 지내실 거라면 여행자 보험은 꼭 들고 오시길 권합니다.

둘째, 가족 상황에 따라 불가능할 수 있습니다.

혼자 움직여도 되는 상황이면 고민할 게 별로 없습니다. 문제는 배우자가 함께 오지 못하거나, 학령기 자녀가 있는 경우예요. 주재원처럼 국제학교 지원을 받거나 베트남에서 고소득 일자리를 구하는 게 아니라면 현실적으로 힘듭니다. 국제학교 학비가 내 월급을 넘어서는 상황이 오거든요. 호치민 국제학교 연 학비는 1,000만 원대에서 5,000만 원 이상까지 다양하고, 그나마 저렴한 한국국제학교는 TO 경쟁이 있습니다.

가족을 한국에 두고 나와야 한다면, 새로운 환경을 즐기는 편인지, 원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것에 담담한 편인지 스스로 물어보셔야 합니다. 돈 문제보다 외로움 때문에 조기 귀국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습니다. 사실 저도 여기서 남편을 만나 결혼하지 않았다면 과연 10년 넘게 살았을까, 가끔 생각해요. 장점만 보면 천국 같아도 익숙한 사람과 환경이 주는 무게는 무시할 수 없습니다.

마치며

지오 아비트라지는 분명 매력적이지만, 무조건 파라다이스로 볼 게 아니라 본인에게 맞는 삶인지 차분히 따져보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베트남이든 한국이든 결국 본인이 행복할 수 있는 곳이 정답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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