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베트남 12년, 한국으로 돌아가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이유
지방 출신 부부가 베트남에 자리 잡고 12년. 집값·커리어·의료·비자까지, 왜 돌아가기가 어려워지는지 그리고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지 솔직하게 적었습니다.
얼마 전 이사를 하면서, 다시 한번 생각해봤습니다. 나는 왜 아직도 베트남에 있는가.
바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여기 월세가 비싸다”고 조금 징징대는 영상을 찍었는데, 결국 2년 계약을 하고 새집으로 들어왔어요. 그리고 올해 초에는 건강 문제로 한국 병원을 찾았습니다. 그 순간 처음으로 진지하게 생각했어요. ‘이제 한국으로 돌아가야 하나?’
그런데 솔직히 고백하면, 돌아가고 싶어도 못 돌아갈지도 모르겠더라고요. 12년을 살고 나니, 저는 이제 한국 사회에 쉽게 적응할 수 없는 사람이 된 걸까요. 오늘은 그 이유를 솔직하게 풀어보겠습니다. 아래 이야기와 숫자는 2026년 4월 기준입니다.
부모님도 이제는 “그냥 거기 살아라” 하십니다
대학 졸업하고 베트남 간다고 했을 때, 부모님이 반기시진 않았어요. 처음에는 “1~2년만 있다 올게”라는 선의의 거짓말로 설득했습니다. 그러다 10년쯤 지났을 때, 어머니가 이런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너 그냥 베트남에서 사는 것도 괜찮은 것 같다. 거기서 재미나게 살아봐라.”
부모님이 여행으로 한번 오셨던 게 컸던 것 같아요. 한겨울에 수족냉증으로 고생하시던 어머니가 호치민의 따뜻한 날씨에 몸이 풀리는 걸 느끼셨고, 생각보다 잘 갖춰진 그랩이나 배달 시스템 같은 것도 보셨거든요. 12년 만에 부모님께 인정받은 셈이라, 그건 정말 감사한 일입니다.
그런데 “안 돌아가는” 게 아니라 “못 돌아가는” 것도 있습니다
조금 맵게 말하자면 그래요.
저나 남편이나 둘 다 지방 출신입니다. 한국에 돌아가면 직장을 생각했을 때 결국 서울이나 수도권인데, 거기서 집 문제를 해결하는 건 진입 장벽이 너무 높아졌어요. 부동산 시세를 볼 때마다 실감합니다. 그걸 어떻게 해결한다고 쳐도, 전반적인 생활 물가가 당연히 올라가고요. 무엇보다 저희 둘 다 커리어를 베트남 기반으로 쌓아왔기 때문에, 한국에 가면 거의 제로 베이스에서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급여는 줄어들 수밖에 없죠.
문제는 이겁니다. 가면 갈수록 더 돌아가기 힘들어진다는 것. 처음에는 물가가 저렴한 나라에 사는 게 그저 좋다고 생각했는데, 정신을 안 차리면 나중에는 돌아가고 싶어도 못 돌아가는 상황까지 오겠더라고요. 그래서 오히려 노후 준비나 인생 2막 계획을, 남들보다 더 치열하게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냥 베트남에 쭉 살면 되지 않아요?”
정말 많이 받는 질문입니다. 그런데 여기에는 저희도 베트남살이의 지속 가능성을 고민하게 만드는 지점들이 있어요.
의료: 영상마다 강조했는데, 제가 겪을 줄은 몰랐습니다
올해 초에 영상을 잘 못 올렸던 이유 중 하나가 건강 문제였습니다. 여러 검진을 받고 휴식이 필요했어요. 다행히 다 잘 마무리돼서 지금은 건강하게 촬영하고 있지만, 당시에는 “내가 계속 베트남에 사는 게 맞나”라는 회의감이 크게 들었습니다.
여기도 병원은 있어요. 국제병원에는 실력 있는 명의도 있고 시스템이 잘 갖춰진 곳도 있습니다. 그런데 아플 때는 그냥 한국 선생님이 보고 싶은 거예요. 그게 마음이더라고요. 한국 의료 시스템이 세계적인 수준이라는 것도 새삼 느꼈고요. 지금은 가볍게 지나갔지만, 언제 다시 이런 일이 닥칠지 모른다는 게, 나중에 정말 큰일이 터지면 어쩌나 하는 게 이제는 진짜 무섭습니다.
오르는 월세, 그리고 못 산 집
베트남에서 월세가 계속 오르고 있습니다. 지금 저희가 내는 월세가 2,300만 동, 한국 돈으로 약 130만 원이에요. 나름 신축이긴 합니다. 그런데 재계약할 때가 되면 최소 200만~300만 동은 올려줘야겠구나 싶습니다.
“그럼 왜 실거주할 집을 안 사느냐”는 말도 많이 듣습니다. 사실 호치민에서 집을 사려고 세 번이나 시도했어요. 그런데 분양이 계속 어그러졌습니다. 시공사가 불안하거나 정부 허가가 불안한 문제로요. 계약금을 날릴 뻔한 적도 있었습니다.
지금 분양되는 것들이나 전매 가능한 물건을 보면 최소 현금 5억 원 이상이 있어야 합니다. 큰돈이기도 하고, 대출 없이 현금 100%를 집에 묶어두는 게 저희로서는 좀 아깝더라고요. 실제로 베트남에서는 그 돈을 차라리 은행에 넣었을 때 금리가 더 나오는 상황이거든요.
간단히 계산해보면 이렇습니다.
| 항목 | 금액 (2026년 4월 기준) |
|---|---|
| 집값(분양) | 약 85억 동 (약 5억 원) |
| 그 돈을 예금 시 (연 5.5%) | 월 약 3,800만 동 |
| 현재 내는 월세 | 2,300만 동 |
| 차액 | 월 약 1,500만 동 |
물론 집을 사면 시세 상승분도 있습니다. 그런데 같은 투자금 대비 수익률과 환금성을 따져보면, 저희에게는 다른 투자를 하면서 월세로 사는 편이 더 나았어요. 그래서 지금은 그렇게 살고 있습니다.
완벽한 이민은 없습니다
그리고 이게 결국 핵심인데, 완벽한 이민이란 건 없어요. 노동허가증과 거주증이 만료되면, 그냥 한국으로 가야 하는 상황이 됩니다. 아무리 오래 살아도 이 불확실성은 계속 따라다닙니다.
그래서 우리가 하기로 한 네 가지
이런 고민 끝에, 지속 가능하고 행복한 베트남살이를 위해 저희가 정한 방향이 있습니다.
첫째, 정기적인 건강검진. 원래도 연 1회씩 받고 있었어요. “유난 아니야?” 소리도 들었는데, 이번에 겪어보니 절대 유난이 아니었습니다. 내시경 같은 건 텀을 두더라도, 기본 피검사나 추적이 필요한 초음파 검사 정도는 꾸준히 하는 게 맞더라고요.
둘째, 자산 관리를 두세 배로. 베트남에서의 삶이 영원하지 않은 만큼, 지속 가능한 체류를 위해서는 재테크를 남들보다 더 열심히 해야 합니다.
셋째, 베트남을 더 깊이 이해하기. 이왕 사는 거, 최대한 장점을 보려는 마음을 갖고 더 현지 속으로 들어가려고요. 12년 차인데도 베트남어와 문화는 여전히 부족한 부분이 많습니다. 남은 기간에는 공부를 좀 더 해볼 생각이에요.
넷째, 가족과의 시간을 매번 마지막처럼. 예전에 키우던 강아지를 떠나보내며 배운 게 있어요. 극단적으로 들릴 수 있지만, 늘 마지막인 것처럼 대할 때 후회가 없더라고요. 부모님과 함께할 시간이 줄어드는 만큼, 이건 더 마음에 새기고 있습니다.
마치며
이렇게까지 고민하면서 살아야 하나 싶으실 수도 있어요. 그런데 저는 그럼에도 베트남살이에 분명한 메리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부모님도 인정하셨고, 무엇보다 물가를 떠나 베트남만의 에너지와 바이브가 있으니까요. 한번 빠진 분들은 계속 오시더라고요. 저도 그렇게 눌러앉아 지금까지 살고 있고요.
다만 베트남 이주를 꿈꾸신다면, 환상보다 현실을 먼저 아시고 오면 좋겠습니다. 좋은 점은 알아서들 잘 보이거든요. 오히려 이런 현실적인 부분을 미리 챙겨두는 분들이, 결국 여기서 오래 행복하게 사시더라고요.